3년 차, 5년 차, 7년 차... 분명 연차는 꼬박꼬박 쌓이는데, 내 실력과 커리어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기분, 혹시 여러분께서도 느끼고 계신가요?
커리어의 변곡점에 설 때면, '이쯤이면 전문가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라는 조바심과 '여기가 내 한계일까?'라는 의심 사이에서 길을 잃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옆에 있는 동료는 앞서 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어제와 똑같은 상태로 버티고 있는 듯한 기분이죠.
만약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노력의 '양'이 아닌 '질'을 점검해 봐야 할 때입니다.
오늘은 진짜 성장을 만드는 노력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책 <그릿>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지금 <그릿>이 필요한 이유는?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성공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수년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압도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결정적 공통점은 IQ나 재능, 환경이 아닌 바로 '그릿'에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릿이 일부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그릿이란 '누구나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훈련할 수 있는 성장의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제대로 된 방법만 익힌다면, 충분히 우리가 모두 갖출 수 있다는 의미죠.
<그릿>은 우리가 나아갈 제대로 된 성장 전략과 목표 설정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노력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릿은 단순한 끈기가 아니다
재능은 환상이다, 노력이 핵심이다
<그릿>에서 저자는 재능에서 성취에 이르는 과정을 단순한 두 개의 등식으로 설명합니다.
재능 × 노력 = 기술
기술 × 노력 = 성취

여기서 재능은 노력을 기울일 때 기술이 향상되는 속도를, 성취는 습득한 기술을 사용했을 때의 결과물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노력이 두 번이나 등장한다는 부분입니다. 노력을 통해 기술이 생기고, 노력은 기술을 생산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따라서 재능이 기량으로 발전되고 결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노력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 공식에 의하면, 탁월함은 사실 평범해 보이는 무수한 개별 요소의 합일 뿐입니다. 정확하게 실행된 동작들이 합해져서 탁월한 기량이 나오는 것이죠. 부분 동작 중에서 비범하거나 초인적인 동작은 하나도 없습니다.
핵심은 노력입니다. 노력은 재능을 기량으로 발전시켜 주는 동시에 기량이 결실로 이어지게 해줍니다.
진정한 성장은 그릿으로 가능하다
'결국 끈기 있게 노력하라는 당연한 말인가?'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하지만 그릿은 단순히 끈기가 아닙니다. 그릿은 열정이라는 나침반을 붙잡고 나아가는 꾸준함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열정은 단순히 가슴 뛰는 일이나 순간적인 흥미와는 다릅니다. 열정은 수년 동안 동일한 최상위 목표를 향해서 변함없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관심을 둔다는 의미입니다.
열정은 순식간에 찬란한 불꽃을 남기고 사라지는 폭죽이 아니라, 나침반과 같습니다. 나침반은 만들고 방향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맞춰지면 길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원하는 곳으로 끝까지 길을 안내해 주죠.

이를 위해서는 위계화된 목표 설정이 필요합니다. 가장 위에는 인생철학과 같은 최상위 목표가 자리합니다. 이는 모든 하위 목표에 방향과 의미를 제공하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모든 장기, 중기, 단기 목표들이 그 방향을 향해서 정렬됩니다.
명확한 목표의 위계가 서면, 우리는 모든 사소한 행동에서조차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다른 길로 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최상위 목표를 향해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죠. 덕분에 종종 집착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릿이 진정한 성장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열정이라는 나침반이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끈기라는 엔진이 그 방향으로 노력을 한곳에 꾸준히 쌓아줍니다. 그릿이 우리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릿을 기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도 그릿을 기를 수 있을까요? <그릿>에서 3단계 액션 플랜을 제시합니다.
Step 1. 열정을 발견하고 키우자
‘열정을 찾아라!’라는 말처럼 막막하고 폭력적인 조언이 또 있을까요? 마치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줍니다. 하지만 <그릿>은 열정이 어느 날 계시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의도적으로 개발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과정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 관심사를 탐색하는 단계
열정은 절대 내적 성찰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직접 해봐야만 관심이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고민을 멈추고, 무엇이든 일단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부서의 동료와 점심을 먹고,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펼쳐보거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찾아가는 행동이 씨앗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부담 없이, 즐겁게 여러 분야를 탐색하며 관심을 자극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관심사를 발전시키는 단계
관심사를 발견했다면, 이제부턴 관심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어린아이처럼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건 왜 이렇게 작동하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처럼 호기심을 갖고 파고드는 과정에서 관심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전문성으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흥미를 느끼고도 금방 식어버리는 이유는, 의식적으로 더 깊이 파고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발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Step 2. 질적으로 다른 의식적인 연습을 하자
<그릿>은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연습의 '양'이 아닌 연습의 '질'인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에 있다고 말합니다.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데는 3가지가 필요합니다.
- 매우 구체적인 '약점' 목표 설정하기
'보고서를 잘 쓰고 싶다'와 같은 막연한 목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보고서의 핵심 결론을 첫 문단에 요약하는 연습'처럼 명료하면서도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특히 자신에게 가장 취약한 한 가지를 정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온전히 집중하고, 즉각적인 피드백 구하기
목표를 정했다면, 모든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100% 집중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과에 대한 즉각적이고 정직한 피드백입니다. 작성한 보고서를 상사나 동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요청하세요.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혼자서는 절대 알기 어려운 개선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 성찰과 개선을 반복하기
피드백을 받았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무엇이 문제였는지 성찰하고, 다음번에는 어떻게 다르게 접근할지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목표 설정 → 집중 → 피드백 → 성찰 및 개선'을 반복합니다. 처음에 느꼈던 부족함이 무의식적인 자신감으로 바뀔 때까지 반복해야 합니다.
Step 3. 목적의식과 연결하자
솔직히 의식적인 연습은 자신의 부족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움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올까요?
바로 그릿의 마지막 단계이자, 그릿을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나의 일이 나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목적의식입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생계를 위한 생업'으로 보느냐, '개인의 성공을 위한 직업'으로 보느냐, 아니면 '타인과 세상을 위한 천직'으로 보느냐에 따라 일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천직을 가진 사람은 눈앞의 힘든 과업 너머에 있는 궁극적인 가치를 보기 때문에, 어떤 역경에도 쉽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목적의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타인이나 전체 사회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나의 일이 내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가?'
우리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세상에 유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고, 좌절과 실망, 고군분투, 희생과 같은 것들을 기꺼이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순간, 그릿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 역경에서도 희망을 품는 방법
열정과 끈기, 목적의식을 모두 갖췄다고 해서 실패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도전을 하기에 더 자주 넘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희망은 우리의 노력이 미래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단순히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결심입니다.
역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그릿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릅니다.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은 "나는 재능이 없이. 이건 내 한계야."라고 바꿀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그릿을 가진 사람들은 "이번엔 실패했지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해볼까?"라는 자세로 실패의 원인을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에서 찾습니다.
혹시 실패의 순간에 '역시 난 안돼'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의식적으로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세요.
"이번엔 실패했지만, 무엇을 배울 수 있었지?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해볼까?"
희망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성장에 대한 믿음과 선택입니다. 성장형 사고방식의 토대가 있어야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나침반을 들고 떠나는 충만한 여행
저는 <그릿>을 읽는 내내 <공허의 시대>가 떠올랐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두 책은 대립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공허의 시대>가 매 순간을 충만하게 느껴야 한다는 이야기인 반면에, <그릿>에서는 결국 목표 달성을 해야만 의미있는 삶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 삶이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릿은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열정을 바탕으로 한 끈기로 자신의 잠재력을 끝까지 발휘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기 위함입니다.
그릿이란 한 번에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흥미롭고 목적이 뚜렷한 목표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다. 매일, 몇 주씩, 몇 해씩 도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는 것이다.
<그릿> p.359
아인슈타인이 될 수 없다고 해서 물라학을 공부할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모차르트가 될 수 없다고 해서 피아노를 연주할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런 점에서 <그릿>과 <공허의 시대>는 같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릿>으로 만든 열정과 끈기와 <공허의 시대>의 충만주의를 적용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운이 좋다면, 성공이라는 기분 좋은 결과까지 얻을 수 있을 테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